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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39) 환호성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5.02.16(월) 12:03:2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39) 환호성 1

미소 (39) 환호성 2


“백제의 임존성이 그렇다는 것은 장안에서도 이미 이름난 것이다. 그렇다면 그만한 대책은 마련해놓고 선봉을 자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것도 없이 그저 선봉만을 차지하고는 저 꼴로 물러나 버리면 우리 당나라 군사들의 사기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소정방의 말에 하수량도 할 말을 잃었다. 풍사귀를 감싸고 돌 여지가 없게 된 것이다.

“좌효위장군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가 알아보고 오너라.”
소정방의 말에 하수량은 얼른 자리를 물러났다. 심기가 좋지 않은 소정방의 곁을 잠시나마 피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수량이 본진을 벗어나기도 전에 방효태의 전령이 먼저 당도했다. 그리고 전하는 소식은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것이었다.

“뭐라고, 남문에서도 물러났다고?”
하수량은 혀를 차며 일렀다.

“나는 가서 방효태 장군을 만나봐야 하니 네가 직접 대장군님을 뵙고 보고토록 하라.”
하수량은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방효태를 만난다는 핑계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을 꺼렸던 것이다.
소정방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얼굴은 냉철함을 잃지 않았다.

‘저깟 성 하나에 이 소정방의 공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이미 백제는 정벌했고 부여의자도 사로잡았다.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생각이 이에 미치자 소정방은 얼굴을 폈다. 그리고는 말을 준비시켰다.

“내 직접 가 보리라.”
소정방은 말을 타고 부장들을 이끈 채 풍사귀가 물러나 진을 치고 있는 북문 아래로 다가갔다.

“장군, 면목이 없습니다.”
풍사귀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하오나 곧 북문을 열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풍사귀의 말에 소정방은 입 꼬리를 올리며 대꾸했다.

“사기가 오른 처음의 군사로도 실패했는데 어찌 다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대는 병법서도 읽어보지 않았는가?”
소정방의 질책에 풍사귀는 쥐구멍이라도 찾을 심정이었다.
위로 올려다보는 임존성은 과연 험준했다. 하늘을 가린 절벽과 가파른 산세가 자신의 군사들로서는 도저히 허물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먼저 들었다. 느낌은 현실이었다. 둘러보니 임존성 앞으로 걸쳐있는 듯 쓰러지고 쌓인 당나라군의 시체들로 가득했다. 마치 큰물에 휩쓸려 걸린 나무도막의 무덤만 같았다. 소정방의 입이 쓰디쓰기만 했다. 

“물러가자, 회군하라!”
짧은 말을 남기고 소정방은 말을 돌렸다. 의외의 명령에 풍사귀는 은근히 기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기쁜 것은 이 지긋지긋한 성을 물러선다는 것이었고 불안한 것은 책임추궁 때문이었다.

“가서 방효태 장군도 회군하라 일러라.”
소정방의 명령에 방효태도 군사를 본진으로 돌렸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당 군에 임존성 백제군은 환호성과 야유를 함께 퍼부어댔다. 북소리 함성소리가 요란했다.
본진으로 돌아온 소정방은 장수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 백제를 멸하고 부여의자까지 항복했으니 내 할 일은 이것으로 다했다. 눈앞에 임존성이 버티고 있으나 이것은 한낱 미련을 버리지 못한 백제 신민들의 마지막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대당의 신구도행군대총관인 내가 어찌 저깟 일개 변방의 성에 얽매어 발길을 잡힐 수 있겠느냐. 황제폐하의 명에 의해 나는 이 길로 곧장 바다를 건너 백제국의 정벌에 대한 보고를 올리려 한다. 좌무위장군 풍사귀와 좌효위장군 방효태는 이 길로 검교대방주자사 유인궤에게로 가라. 가서 함께 백제의 잔적들을 정리하고 웅진도독부의 기틀을 탄탄히 하도록 하라.”
당의 장수들은 소정방의 뜻을 알아차렸다.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지 않겠다는 그의 전략을 눈치 챘던 것이다. 괜히 임존성에서 머뭇거리다 더 큰 망신을 당하느니 모든 것을 유인궤에게로 미루자는 것을 말이다.

“알겠습니다. 대총관.”
방효태와 풍사귀는 두 말없이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번의 패배를 책임지우지 않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에게는 천만 다행이었기 때문이다.

소정방은 그 길로 미련 없이 임존성을 떠났다. 그의 휘하에는 의자왕과 태자 효를 비롯해 백제 대신 여든 여덟 명과 백성 일만 여명이 포로로 함께 하고 있었다. 

소정방이 떠나자 임존성은 승리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오랜만에 술을 돌리고 음식을 차려 즐겼다. 군사들과 백성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겼던 것이다.
이틀간 즐긴 복신과 도침은 신중한 결정을 내렸다. 임존성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이곳에서 우리 모두가 계속 머무르기는 어려울 것이오. 지세도 좁거니와 우리 최후의 목적이 임존성이 아니기 때문이오. 우리의 목적은 백제를 재건하는 것이오. 그러니 우리는 주류성으로 옮길까하오. 이곳은 풍달군장께서 맡아 주시고 우리와 긴밀히 연락하며 호응하도록 합시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서로 호응하며 힘을 합해 남은 당 군과 신라군을 몰아내고 백제를 반드시 다시 일으켜 세우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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