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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38) 퇴각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5.02.15(일) 21:29:5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38) 퇴각 1

미소 (38) 퇴각 2


물러난 풍사귀는 손을 연신 비벼대며 안절부절 못했다. 공격하자니 승산이 없고 물러나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멀리서 바라보던 험한 산이 가까이 다가가보니 더욱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공격을 감행하자 현실은 죽음뿐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던 풍사귀는 곁에 있던 부장에게 명령했다.

“가서 좌효위장군은 어떤지 상황을 살피고 오너라.”
눈치를 보고자 함이었다. 부장 모용혈은 부리나케 임존성 남문으로 말을 몰아 달려갔다. 산을 휘돌고 고개를 쳐들자 임존성 남문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 부장 모용혈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에 들어 온 남문의 상황은 백제군의 휘날리는 깃발이 온통 성을 감싸고 있었으며 쏟아지는 화살과 바윗돌로 좀 전 북문의 상황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남문 성 밖 완만한 경사면에는 멀리서 보기에도 하나의 성을 새롭게 쌓아놓고 있었다. 당나라 군사들의 시체로 섬뜩한 시산(屍山)을 쌓아놓고 있었던 것이다.

“장군, 저희 좌무위장군께서 전황을 살피고 오라 하십니다.”
부장 모용혈의 말에 방효태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보면 모르느냐? 지독한 놈들이다. 내 숱하게 전장 터를 누볐지만 이런 놈들은 처음이다.”
“그러합니다. 장군.”
모용혈의 대답에 방효태는 그제야 잊고 있었다는 듯 물었다.

“그래, 그쪽은 어떠하냐?”
방효태의 물음에 모용혈은 머뭇거리다가는 멋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성이 워낙 험하고 견고한데다 놈들의 저항이 거세 결국 일단 물러나 있는 상황입니다. 장군.”
모용혈의 대답에 방효태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피해는 어느 정도냐?”
“군사 일천은 족히 잃은 듯합니다.”
방효태의 입술에 힘이 주어졌다. 눈도 부라려졌다.

“적은?”
방효태의 물음에 모용혈은 대답을 못했다.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를 못했다. 이해하겠다는 듯 방효태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좌무위장군이나 나나 신세가 가엾게 되었구나.”
방효태의 얼굴에 한 숨이 깊었다. 이어 명령을 내렸다.

“물러나도록 하라. 공격을 잠시 멈춘다.”
방효태의 명령에 당나라 장군기가 휘둘려졌다. 이어 북소리도 울려졌다. 퇴각을 명령하는 북소리였다. 북소리와 함께 청룡이 수놓아진 장군기가 크게 휘돌자 기다렸다는 듯 남문 앞에 서성이던 당나라 군사들이 일제히 물러났다. 우왕좌왕하는 꼴이 가관이 아니었다. 질서도 없고 군기도 없었다. 그저 제 목숨 하나 살리고자 허겁지겁 산을 내려왔던 것이다. 그런 꼴을 보고 있던 방효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런 못난 놈들 같으니.”
곁에 있던 모용혈의 얼굴도 화끈 달아올랐다.

임존성 남문 위에서는 북소리와 함성소리로 요란했다. 적이 물러가자 승리에 도취한 백제의 싸울아비들이 산을 무너뜨릴 듯한 함성으로 야유를 퍼부어댔던 것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삼족오기와 현무기가 백제군의 함성만큼이나 당당하고도 드높게 펄럭였다.

방효태의 부장인 손야백이 바람같이 말을 몰아 달려왔다. 그리고는 방효태의 앞에 부복한 채 아뢰었다.

“성이 워낙 견고해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부장을 벌하여 주십시오.”
“물러나 말을 달리는 모습은 그렇지 않더구나. 어찌 그리도 빠르다더냐?”
방효태의 입가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손야백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적의 앞에 시신으로 성을 쌓아놓았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이냐?”
손야백은 무릎을 꿇은 채 일어서지를 못했다. 방효태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일어서라. 그렇게 무릎을 꿇고 있다고 해서 패한 장수가 이기고 죽은 군사들이 살아오는 것은 아니니라.”
의외의 말에 손야백은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저 머리를 조아려댈 뿐이었다.

“뵈기 싫다. 어서 대열이나 정비하라.”
손야백은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자리를 일어섰다. 방효태의 눈이 하얗게 흘겨졌다. 혀도 끌끌 차댔다.
기세가 꺾인 방효태는 뒷짐을 진 채 임존성만을 올려다보았다. 기가 오른 백제군은 여전히 깃발을 휘두르며 북을 울리고 함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명불허전이로구나!”
방효태의 입에서 한 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본진에 있던 소정방은 풍사귀가 물러나는 것을 보고는 연신 혀를 차댔다.

“그래 선봉에 서겠다고 큰소리치더니 겨우 저 꼴이라던 말이냐?”
“성이 워낙 견고하고 험준합니다.”
부장 하수량의 끼어듦에 소정방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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