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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37) 화살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5.01.28(수) 09:28:1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37) 화살 1

미소 (37) 화살 2

남문 쪽에는 도침과 흑치상지. 그리고 사타상여가 일만 오천의 군사로 버티기로 했다. 남문 쪽이 더 위험했기 때문이다. 북문 쪽은 지형이 더 가파르고 험했다. 때문에 적은 군사로도 많은 적을 상대할 수 있었다. 반면 남문 쪽은 경사가 좀 완만하고 성 앞으로 약간의 평지도 자리하고 있었다. 때문에 남문 쪽에 더 많은 군사들을 배치해야 했다.

지수신은 활을 들었다. 그의 곁에는 백여 발의 화살이 놓여 있었다.

“활을 들어라. 화살을 아껴라! 죽여야 할 적은 많다. 화살을 아껴야 한다. 함부로 쏘지 마라.”
말을 마치고 아래를 굽어보니 이미 당나라 군사들이 가파른 산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뒤를 잇는 적군이 새까맣게 이어지고 있었다. 화살을 시위에 먹인 채 백제군은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지수신은 명령을 아꼈다. 좀 더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명중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궁수 앞으로!”
풍사귀도 명령을 내렸다. 적당한 거리에 이르자 궁수들을 앞세워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하늘이 새까맣게 뒤덮였다.

“엎드려라. 방패를 들어 막아라!”
백제군은 방패를 들어 막으며 몸을 사렸다. 하늘을 덮은 화살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이어 화살이 떨어지는 소리, 화살이 박혀드는 둔탁한 소리가 성안과 성 밖에서 연이어 울려댔다. 백제군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건 화살이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차라리 소나기가 떨어지는 소리만 같았다. 후두둑거리는 소리가 때 아닌 소나기임에 틀림없었다. 이어 당나라의 도부수들이 성벽 아래로 가까이 바짝 다가들었다. 때가 되었음을 안 지수신이 명령을 내렸다.

“화살을 쏴라. 성벽으로 기어오르는 놈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
지수신의 명령에 백제군의 시위에 먹여졌던 화살이 일제히 날아갔다. 이어 섬뜩한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당나라의 도부수들이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짚단이 넘어지듯 쓰러지는 당나라 군사들은 가파른 산길을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쌓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적으로 우세한 당나라 군사들은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동료의 시신을 밟고 넘어가며 끊임없이 기어오르고 또 기어올랐던 것이다.

험준하고 가파른 임존성의 지형지세에 풍사귀도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이리도 험하단 말이냐? 과연 임존성이 험하다는 말이 헛소문은 아니었구나!”
풍사귀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방패를 들어 막아라. 물러서지 말고 전진하라!”
풍사귀는 군사들을 독려하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워낙 험한 지세에, 백제군의 집요한 공격에,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성벽 아래로부터 당나라 군사들의 시체로 또 다른 산을 쌓아놓고 있었다. 인육의 산을 이뤄놓고 있었던 것이다.

“시체를 방패삼아 오르도록 하라. 오늘 반드시 이 북문을 무너뜨려야 한다.”
풍사귀는 어떻게든 공을 세워야 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꽂혀대고 있는 백제군의 화살에 당나라 군사들은 속절없이 쓰러져만 갔다. 임존성 아래에는 당나라 군사들의 시체로 또 다른 성을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화살이 모자랄 지경이 되자 이번에는 또 다른 명령이 떨어졌다.

“돌을 굴려라!”
이어지는 명령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백성들이 돌을 굴려대기 시작했다. 산 아래로 굴려진 돌들은 우레 소리를 내며 당나라 군사들을 짓이겨댔다. 피가 터지고 살갗을 뭉개며 임존성 산기슭을 당나라군의 핏물로 물들였다.

화살에 이은 바윗돌의 습격에 풍사귀는 모골이 송연했다.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일단 물러나야 할 것 같았다. 쓰러지고 있는 자신의 군사들에 비해 임존성의 백제군은 손끝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 더욱 약 올랐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를 갈며 풍사귀는 아쉬운 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러나라, 일단 물러나 대열을 정비하라!”
풍사귀의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 당나라 군사들은 일제히 산을 내려갔다. 썰물이 빠지듯 당나라 군사들이 새까맣게 산을 물러갔다. 이에 지수신도 백제군의 삼족오기를 휘둘러 명령을 내렸다.

“중지하라. 공격을 중지하라!”
지수신의 명령에 북문 좌측의 군사들이 일제히 공격을 멈췄다. 우측의 상잠장군 복신도 마찬가지였다. 현무기를 흔들어 공격을 중지시킨 것이다. 백제군의 일사분란 한 지휘체계와 군사들의 군기를 잘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아껴야 한다. 돌도 화살도 아껴야 한다. 저 많은 당나라 군사들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돌멩이 하나라도 아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살 길이다.”
복신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승리에 대한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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