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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33) 야습-2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12.16(화) 08:05:1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33) 야습-2 1

미소 (33) 야습-2 2

“그걸 말이라고 해. 어서 밥이나 퍼!”
싸늘한 시선이 연의 마음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연은 다시 허리를 굽혀 밥을 펐다. 뜨거운 김이 차가운 얼굴을 훈훈하게 감싸주었다. 언젠가부터 초림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느낀 연은 마음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생각도 해 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 달라져 있었다.

“연이도 이제 싸울어미가 다 되었구나!”
등 뒤에서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에 연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장군님.”
흑치상지였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흑치상지가 뒤에 서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한 움큼이었다.

“힘은 들지 않느냐?”
연은 황송해 머리를 조아렸다.

“다 백제를 위한 일인데 힘들고 힘들지 않고 가 어디 있겠습니까?”
연의 대답에 흑치상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말이 맞다. 물은 내가 어리석었구나.”
연도 입가에 웃음을 지어보였다.

“웃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내 반드시 우리 백제 사람들이 그런 밝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마.”
흑치상지의 얼굴에는 굳은 결심이 엿보였다.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백성들은 그저 듬직한 장군님만 믿고 있습니다.”
곁에서 초림이 거들고 나섰다. 그제야 흑치상지도 초림에게 알은 체를 했다.

“그래, 초림이도 있었구나. 네 말대로 내 우리 백제를 반드시 다시 일으켜 세우마.”
흑치상지는 자상한 얼굴로 연과 초림을 격려했다. 초림의 얼굴에는 질투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연은 늠름한 흑치상지에 마음이 든든하기만 했다.

“장군, 준비가 되었습니다.”
별부장 사타상여였다.

“그래, 가자!”
흑치상지는 결연한 얼굴로 앞장섰다. 이어 빠른 걸음으로 남문 쪽으로 향했다. 연은 떠나는 흑치상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흑치상지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었다. 곁에서 초림도 간절히 빌었다. 흑치상지가 승리하고 돌아오기를.

흑치상지는 군사들을 이끌고 조용히 남문을 나섰다. 백제의 용맹한 싸울아비들은 소리도 없이 검은 밤길을 헤쳐 나아갔다. 달도 뜨지 않은 짙은 어둠 속이었다. 남문을 나서 산길을 돌아 내려간 백제군은 적의 후방으로 침투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았다. 머리 위로는 임존성의 불빛이 마치 용의 몸뚱이처럼 임존산을 휘감아대고 있었다.

소책을 지나 대책을 소리 없이 나선 흑치상지는 얕은 개울을 건너고 언덕을 방패삼아 몸을 숨긴 채 신라진영으로 향했다. 다행히 신라군은 보이지 않았다. 낮의 전투가 신라군을 느슨하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멀리 신라 진영의 불빛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별부장은 군사들을 이끌고 측면을 돌파하게. 내가 별동대를 이끌고 후방으로 침투하겠네.”
“알겠습니다.”

“적당한 거리에 머무르고 있다가 적의 후방에서 불길이 솟고 혼란이 일면 그때 공격하게.”
별부장 사타상여는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라 놈들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 보였다. 꽉 다문 입술에서 그런 의지를 읽고도 남음이 있었다.

“명심할 것은 한없이 저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네. 적당히 타격을 가하고 재빨리 물러나야 한다는 게야. 너무 욕심을 내면 자칫 우리가 큰일을 당할 수 있어. 저들은 많고 우리는 적으니 명심하게.”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내 신호를 올리면 즉시 물러나도록 하게. 대책에서 보세나.”
흑치상지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소리 없이 길을 나아갔다. 그의 뒤로 가벼운 차림의 별동대가 뒤따랐다. 모두들 손에는 화약과 염초가 들려져있었다.

“가자!”
흑치상지가 별동대를 이끌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사타상여도 군사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하늘도 백제군을 돕는지 칠흑 같은 어둠을 짙게 깔아주었다.

사타상여는 언덕을 휘돌아 낮은 밭둑을 기어 소리 없이 신라진영으로 접근했다. 이제 불빛이 가깝게 눈에 들어오고 오가는 신라군도 간간히 눈에 잡혔다. 사타상여는 몸을 굽힌 채 살금살금 앞으로 나아갔다.

백제의 싸울아비들은 숨소리마저 죽인 채 신라군 진영의 코앞에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타상여는 흑치상지가 무사히 적의 후방을 교란시키기만을 기다렸다.

흑치상지는 재빨리 적의 후방으로 돌아 기회를 엿보았다. 다행히 신라군은 방비가 허술했다. 일부 군사들은 잡담을 나누고 시시덕거리기까지 했다. 군막은 조용했고 그 뒤로는 식량을 쌓아둔 모습까지 눈에 띄었다. 순간 흑치상지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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