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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27) 내분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10.16(목) 22:08:16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27) 내분 1


미소 (27) 내분 2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고 있는 검은 말의 질주가 무척 다급해 보였다. 이어 숨이 턱에 까지 찬 검은 말이 북문 앞에 당도했다. 거친 숨소리가 입은 물론 콧구멍으로도 연신 뿜어져 나왔다. 

“누구냐?”
짧은 물음에 군졸도 숨이 턱에까지 차서는 겨우 대답했다.

“장군, 주류성에서 온 사자입니다.”
주류성이라는 말에 흑치상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역시 예감이 좋지 않았다. 흑치상지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무슨 일이냐? 온다던 영군장군과 상잠장군은 어찌하고. 일단 들어와라.”
지수신이 들어오라 이르자 굳게 닫혀있던 북문이 열리고 사자가 말을 탄 채 성 안으로 들어섰다. 숨이 턱에까지 차오른 사자는 문루로 허겁지겁 뛰어올라왔다. 얼굴에는 먼지와 땀으로 뒤범벅이었다.

“도침 영군장군께서 반란을 도모하다 그만.”

“반란을 도모하다니?”
지수신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흑치상지는 예감이 들어맞자 한 숨부터 쏟아냈다. 임존산이 꺼져 내릴 듯 했다.

“신라군과 내통하려다 상잠장군께 들통이 났습니다. 그래서 복신 상잠장군께서 체포한 후 처형을 하셨습니다.”
처형을 했다는 말에 지수신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이어 비통한 신음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임존성의 충격은 컸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처럼 온통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래, 사연이 무엇이라더냐?”
지수신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전령이 답했다. 전령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그간 영군장군 도침과 상잠장군 복신은 알게 모르게 알력이 있어왔다.

도침은 자신의 군사가 많은 것을 이유로 복신을 얕잡아 보았고 부여복신은 자신이 왕족이라는 이유로 도침을 멸시하려했다. 이러한 알력은 풍왕이 왜에서 오면서 균형을 맞추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번 웅진강 전투에서 도침이 패하고 두량윤성 전투에서 복신이 승리를 거두면서 균형은 일시에 기울어지고 말았다. 복신이 도침의 기세를 눌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알력은 결국 갈등으로 치닫고 갈등은 복신이 도침을 참한 것으로 끝이 났다.

“백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로 한 약속이 허물어져가고 있구나.”
흑치상지는 탄식을 쏟아냈다. 지수신도 사타상여도 한 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문루의 나뭇잎이 누렇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비를 맞은 이파리가 처연하게 아름다운 가을날이었다.

“이런, 이런 일이 있나?”
지수신은 충격이 컸던지 문루를 손으로 짚고 연신 한 숨을 쏟아냈다. 흑치상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상잠장군께서는 어떻게 하고 계시느냐? 이곳으로 온다던 얘기는 어떻게 되었단 말이냐?”

“주류성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내분이 일어날 조짐이 있어 아마도 쉽게 오시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내분이라니?”
갈수록 태산이었다. 사자는 제가 잘못한 것인 양 머리를 조아리며 황송해했다.

“풍왕자께서 영군장군을 처형한 상잠장군을 의심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곳 임존성의 다급함을 알고는 있으나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계십니다. 더구나 구마노리성의 부여자진 장군께서도 신라군의 위협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 합니다. 때문에 복신 상잠장군께서는 주류성에서 가까운 그곳을 먼저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했습니다.”
흑치상지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도 백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이란 말인가?”
흑치상지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을 쏟아냈다. 지수신은 고개를 번쩍 쳐들고는 흑치상지를 바라보았다.

“안되겠습니다, 장군. 우리가 먼저 치도록 합시다. 부여자진 장군까지 위험하다면 우리가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만약 구마노리성이 무너진다면 주류성은 물론 임존성도 성치 못할 것입니다. 양쪽에서 협공을 가한다면 그래도 승산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먼저 치고나가고 저쪽에서도 쳐 나온다면 놈들은 분명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흑치상지는 그러나 지수신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상황을 주시하도록 합시다. 섣불리 움직일 일이 아닙니다. 급하기는 하지만 이런 때 일수록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다리다니요? 그러다 부여자진 장군까지 잘못되면 그야말로 우리 백제군은 공멸하고 말 것입니다.”

“아니요. 적의 기세가 아직은 등등하니 잠시 기다렸다가 저들이 지치면 그때 움직이도록 합시다.”
지수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사타상여 장군이 오백의 기병을 이끌고 대책을 나가도록 하시오. 가서 적의 주변을 배회하며 긴장을 놓지 못하도록 만드시오. 저들이 편히 쉬지 못하게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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