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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26) 흑치상지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10.08(수) 08:16:25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26) 흑치상지 1


미소 (26) 흑치상지 2

불력을 믿는 모양이었다. 괜히 건드려 손해 볼 짓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너희들은 다시 내려가 매복을 하고 있도록 해라. 왜군의 구원병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잘 살피도록해라.”
“알겠습니다. 장군.”
군장은 군선을 돌려 쏜살같이 오산천을 따라 내려갔다.

“석불을 실은 배가 도착했으니 이 포구를 석주포라 이름 하라!”
손인사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석주포라, 석주포라?”
연이어 중얼거린 의각대사는 깊은 한 숨과 함께 다시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이제 백제는 끝인 모양이로구나.”
의각대사의 입에서 깊은 한 숨이 새어나왔다. 단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연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잠시 머물면서 갈 곳을 모색해야겠다.”
의각대사는 배를 정박시킨 채 염불을 외워댔다. 맑은 종소리와 함께 낭랑한 염불소리가 울려 퍼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와 군사들의 함성소리로 단의 머리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어떻게든 빨리 가량협으로 달려가고만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의각대사의 말대로 소용없는 일일지도 모를뿐더러 그러기에는 너무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의각대사를 홀로 남겨둔 채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연이라는 처자가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니 이 길로 곧 떠나거라. 난 인연이 닿는 대로 부처님을 모실 것이다.”
단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의각대사였다.

“아닙니다. 대사님 말씀대로 이미 다른 곳으로 피신했을 것입니다. 임존성으로 들어갔거나 아니면 부처바위 뒤에 숨어 지내고 있겠지요. 괜히 저 혼자 움직였다가 당나라 군사들이나 신라 놈들에게 붙잡혀 낭패를 보느니 차라리 대사님과 함께 부처님을 모시고 기회를 엿보느니만 못 할 것입니다.”
의각대사는 낮게 불호를 외워댔다. 심란한 백제 백성들의 삶이 가여웠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백제는 이제 망한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이나 그런 듯하다. 제행무상이라 했느니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온조왕께서 백제를 세우신지 벌써 육백하고도 오십년의 세월이 넘었다. 그 세월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오늘과 같은 변화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이제 백제라는 이름이 사라지려 하고 있구나.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의각대사의 푸념에는 한 숨과 함께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단의 얼굴에도 그랬다.

이후로 석주포에서는 사흘 동안 종소리와 염불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다시 돌아온다고 한 영군장군과 상잠장군의 소식은 아직도 없느냐?”
부리부리한 눈과 거친 수염이 한 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장수였다. 임존성 바람 거센 북문 문루에 선 장수는 풍달군장 흑치상지였다.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저 당나라 놈들과 신라 놈들을 눈앞에 두고 이리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니.”
옆에 있던 지수신이 거들었다. 주먹을 불끈 말아 쥔 것이 당장이라도 성문을 열고 뛰쳐나갈 기세였다.

“저 분이 흑치상지 장군이시고 그 옆에 분이 지수신 장군이시래.”
초림이 연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다 문루에 선 흑치상지와 지수신을 엿보며 하는 말이었다.

“어쩜 저렇게 늠름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우실까?”
연의 중얼거림에 초림이 옆구리를 찔러댔다.

“사내라면 저 정도는 되어야지. 수많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힘도 장사시고.”
초림의 말끝에 웃음이 묻어났다.

“그래도 난 단뿐이야.”
연의 말끝에 한 숨이 잔뜩 묻어났다. 또 다시 단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초림의 눈빛에는 질투가 한 가득이었다.

“단은 잊어버려. 이런 난리 통에 다시 만난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 일거야 아마. 그리고 어쩜.”
“그런 말말아. 단은 그럴 리가 없어. 나하고 약속했는데. 꼭 돌아온다고.”
연은 뾰로통한 얼굴로 발길을 돌렸다. 초림도 피식 질투와 함께 연의 뒤를 쭐레쭐레 따랐다.

그때 멀리서 먼지가 뽀얗게 일며 한필의 말이 임존성을 향해 치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우리 편인 것 같습니다. 저토록 달아나듯이 달려오는 것을 보면.”
단기필마는 신라군이 진을 치고 있는 진영을 빗겨 임존성으로 그대로 돌진해 왔다. 그리고는 대책이 둘러쳐진 곳으로 쏜살같이 들어왔다.

“사자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주류성에서 오는.”
지수신의 말에 흑치상지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예감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 검은 말은 소책을 지나 곧장 임존성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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