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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25) 삼십만 대군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10.07(화) 08:37:3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25) 삼십만 대군 1


미소 (25) 삼십만 대군 2

어느새 동녘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푸른 새벽이었다. 첫날의 사나운 파도를 제외하고는 무사히 이틀을 넘겼다. 그리고 갈매기를 보았다. 백제에 다가온 것이다.

“대사님, 갈매기가 보입니다.”
단은 반가움에 소리를 질렀다. 의각대사는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멀리 가물가물 백제 땅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의각대사는 자리를 일어섰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가리켰다.

“저 곳으로 가자!”
의각대사의 지시에 따라 단은 키를 움직였다. 석불을 실은 배는 깊숙이 들어간 만을 따라 서서히 하천을 거슬러 올라갔다. 푸른 산이 눈에 들어오고 넓은 들판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천을 거슬러 오르자 마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텅 빈 마을이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대사님, 마을이 온통 텅 비었습니다.”
단의 말에 의각대사도 눈살을 찌푸렸다. 단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의각대사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멀리 보이지 않는 상류 쪽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단과 의각대사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갈대숲에서 작은 군선이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나라 군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는 배냐?”
당나라 군장의 물음에 의각대사가 나섰다.

“우리는 구자산에서 석불을 싣고 오는 길이요. 백제 땅에 부처님의 정토를 만들라는 부탁을 받고 오는 길이니 비켜서도록 하시오.”
위엄 있는 의각대사의 말에 군장은 일순 멈칫했다. 그리고는 달라진 목소리로 공손하게 물었다.

“누구의 부탁입니까?”
“화성사의 가해대사이시오.”
가해대사라는 말에 군장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리고는 공손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그러시다면 우선 우리 손인사 장군에게로 가서 여쭙도록 하시지요.”
손인사라는 말에 의각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군장이 신호를 쏘아 올렸다. 흰 연기를 뿜으며 화약은 푸른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단은 키를 움직였고 배는 다시 하천을 거슬러 올라갔다.

“백제는 어떻게 되었소?”
의각대사의 물음에 당 군선의 군장은 공손히 답했다.

“의자왕은 항복했고 현재 임존성에 백제의 유민들이 항거하고 있습니다. 흑치상지와 지수신 등 몇 명의 장수들이 버티고 있으나 곧 무너질 것입니다.”
군장의 말에 의각대사는 나지막이 불호를 외워댔다. 한 숨도 깊게 묻어났다. 단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입을 놀려 물을 수도 없었다.

갈대가 우거진 하천을 벗어나자 그제야 멀리 당나라 진영이 눈에 들어왔다. 온통 들판을 뒤덮고 있는 깃발과 군막 그리고 끝없이 서 있는 함선에 단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대사님!”
의각대사도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예상보다 사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저 군사들은 대체 몇 명이나 되오?”
의각대사의 물음에 군장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유인원, 유인궤 장군을 비롯해 손인사 풍사귀, 방효태장군 등이 거느리는 정병 십삼 만입니다.”
십삼 만이라는 말에 의각대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도 안 된다는 소리였다.

“상류 쪽에는 신라군 오만이 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신라군 오만까지?”
“그렇습니다. 그러니 임존성의 삼만 군사로 버틴다한들 얼마나 버티겠습니까?”
군장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마저 담겨 있었다.

배가 작은 포구에 다다를 즈음, 위로부터 큰 함선이 떠내려 왔다. 깃발을 보니 우위위장군(右威衛將軍) 손인사(孫仁師)라 쓰여 있었다.

배가 당도하자 화려한 장루에 한 장수가 칼을 찬 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짧은 수염에 작은 눈이 매우 간특하게 생겼다.

“무슨 일이냐?”
생긴 모습만큼이나 목소리도 간사하기 그지없었다.

“장군, 구자산 화성사의 가해대사께서 보내신 대사라 합니다.”
군장의 힘 있는 목소리가 제법 쩌렁쩌렁하게 울려댔다. 군장의 보고를 받은 손인사는 실눈을 가늘게 떠 아래를 한 차례 굽어보았다. 그리고는 석불이 가득 실려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슬며시 합장을 올렸다. 

“어디로 가는 대사십니까?”
“석불을 모실 장소를 물색 중에 있습니다.”
의각대사의 말에 손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위쪽으로는 전투 중이라 부처님을 모실만한 상황이 못 됩니다. 이곳에서 다른 곳을 찾아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손인사는 생긴 모습과는 달리 공손하고 자상하게 의각대사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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