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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23) 석불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08.26(화) 00:10:2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23) 석불 1


미소 (23) 석불 2

“대사님,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 사람이 하는 일인데 만개 중에 하나도 똑 같은 것이 없어야 한다니요. 그것을 일일이 다 기억할 수도 없거니와 대사님과 제가 또 다른 데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단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이 조각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할 수 있느니라. 어찌 못한다고만 하느냐.”
의각대사는 끊임없이 손을 놀려대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사람이 정성이 지극하면 그것이 보이느니라. 부처님에 대한 정성, 백제에 대한 정성, 사람에 대한 정성이 지극하면 그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니라. 네 마음이 곧 내 마음이니 네가 조각한 것이나 내가 조각한 것이나 모두 한 가지가 아니더냐.”
단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정성이 가득하면 내가 조성한 석불이 네 마음속에 일어날 것이며 네가 조성한 석불이 내 마음속에 살아날 것이다. 그러면 한 사람이 조성한 것처럼 만 불은 완성될 것이고 그리해야만 진정한 만 불을 조성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니라. 그래야만 또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백제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니라.”
단은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정성을 다해 만 불을 조성해야겠다는 마음도 일었다.

“외물(外物)과 나는 하나다. 둘이 아니다.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내 마음속에 쓸데없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욕망을 버려라. 그러면 하나가 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정성으로 가득 찰 것이니라.”
의각대사의 말에 단은 연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연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가슴 속을 온통 휘저어대고 있었다. 신라군의 말발굽 소리와 당 군의 함성소리로 귀가 먹먹해졌다.

그런 가운데 연의 신음소리와 울부짖음 그리고 비명소리가 가슴을 찢어댔다. 단은 괴로움에 손이 후들거리고 가슴이 떨렸다. 고향의 푸른 솔이 불타오르고 맑은 내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단은 고개를 흔들었다. 석불이 찡그리며 단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단은 석불의 찡그린 얼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욕망이란 것이 사람의 마음속을 지배하게 되면 외물도 함께 일그러지고 마는 것이다.”
의각대사의 말에 단은 연에 대한 욕망을 지우려 애썼다. 그러나 욕망은 쉽게 단을 놓아주지 않았다. 잊으려 애쓰면 애쓸수록 선명하게 떠올랐다. 석불은 연신 찡그린 상으로 살아났다. 환하게 웃고 있는 의각대사의 모습과는 달리 보기에 좋지 않았다. 단은 석불을 깨뜨리려 정을 들었다. 순간, 의각대사의 외침이 단의 손을 멈추게 했다.

“무엇하려는 게냐?”
놀란 단이 정을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찡그린 상이 죄스러워 깨뜨리려 합니다.”
의각대사는 탄식을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도 깨닫지 못했느냐? 그도 하나의 상이요 석불이다. 어찌 찡그렸다고 해서 깨뜨리려 하느냐. 모든 석불이 웃는 모습으로만 있다면 그것이 어찌 진정한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석불이 될 수 있겠느냐. 그것도 욕망이다. 석불도 나름 고뇌가 있을 것이고 찡그린 얼굴에 우는 모습까지 모두 깨달음의 상이 될 수 있느니라. 부처님의 생도 곧 우리네 인생과 같으니라.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라. 기쁨과 고통, 번뇌와 환희 그리고 희열과 슬픔마저도 모두 우리와 한가지 이니라.”
의각대사의 말에 단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가슴 속 욕망을 지우려 애썼다. 그러자 서서히 번뇌가 가라앉았다. 손이 안정을 되찾고 귀가 편안해졌다. 맑은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푸른 대숲의 열락이 가슴을 적셨다.

“부처는 곧 내가 되고 내가 곧 부처이니라.”
단은 석불조성에 정성을 다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솟고 팔에 조화(造化)가 실렸다.

울려대는 정 소리에 만 불이 서서히 채워져 갔다. 의각대사와 단은 밤낮으로 석불 조성에 힘을 기울였다.

가해대사의 도움까지 얻자 어느새 삼천불이 넘는 석불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소식에 의각대사와 단은 정을 놓아야만했다. 새소리 맑은 어느 날 아침이었다. 그날도 의각대사와 단은 석불조성에 여념이 없었다.

가해대사가 허겁지겁 문수동으로 달려왔다. 노쇠한 몸에 숨이 턱에까지 차오르고 얼굴은 잔뜩 상기된 채 일그러져 있었다.

“큰일 났네. 큰일 났어.” 
뜻하지 않은 대사의 다급함에 의각대사와 단은 정을 내려놓고는 가해대사를 맞았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화문이란 젊은이를 아는가?”
화문이란 말에 의각대사의 낯빛이 비로소 어두워졌다.

“예, 사비성의 싸울아비로.”
의각대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가해대사가 먼저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틀림없군. 빨리 석불을 싣고 백제로 떠나도록 하게.”
떠나라는 말에 의각대사는 상황의 심각함을 알고 눈살을 찌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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