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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22) 석불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08.18(월) 21:53:55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22) 석불 1


미소 (22) 석불 2

“편안하셨는지요. 대사님.”
의각대사는 두 손을 모으며 합장을 했다.

노스님은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전각을 내려섰다.

“이게 얼마만인가? 그동안 잘 있었고?”
가해대사는 반가움에 눈물까지 글썽여댔다. 단은 벅찬 감동에 가슴이 뭉클했다.

“들어가시게. 그 먼 길을 어떻게 왔는가?”
대사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가해대사는 의각대사를 맞았다. 정성이 눈으로 보였다.

백제각 안에는 관음보살상이 단출하게 놓여있었고 은은한 향불이 끊임없이 타 오르고 있었다.

“그래, 어떻게 지냈는가?”
가해대사의 물음에 의각대사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자초지종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백제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이 위급한 상황에 이르러 왜로 건너갔습니다. 구원병을 요청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러나 저들도 이미 백제가 힘들다는 판단을 했는지 예전 같지가 않았습니다.”
의각대사의 말에 가해대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눈도 지그시 감은 채로였다.

“구원병을 보낸다는 약조는 받았으나 저들의 말이나 행동이 그리 믿음직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바다를 건너 장안으로 향했지요.”
의각대사의 말에 가해대사는 눈을 뜨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원정길에 대군을 보냈는데.”
가해대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의각대사가 놀란 눈으로 말을 잘랐다.

“대군을 보냈다고요?”
가해대사는 낮게 불호를 외우고는 답했다.

“그렇다네. 소정방과 유인궤 그리고 유인원, 손인사 등으로 하여금 십삼만 대군을 이끌고 바다를 건너게 했지. 아마 지금쯤 피바람이 불고 있을게야.”
의각대사는 불호를 연신 외워대며 손마저 가늘게 떨었다. 단의 가슴도 마구 뛰어댔다.

“저들이 그래서 외면을 했군요. 짐작은 했지만 벌써 그리했을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매일 관음보살님께 빌고 있다네. 먼 타국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는 사실이 그저 가슴 아플 뿐이네.”

“장안에서 여기저기 손을 넣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누구도 황궁으로 들어갈 기회를 만들어주질 않았어요.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말끝에 나오느니 한 숨이요, 나무관세음보살이었다. 단은 안절부절 못했다. 연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신라와 더불어 당의 대군이 들이닥쳤을 것이니 그 불행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일 것이다. 다행히 부처바위가 위안을 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그리 믿음직한 것은 아니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날 며칠을 버티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단은 눈앞이 아득했다.

“이제 방법은 없네. 부처님의 은혜를 빌릴 수밖에.”
“부처님의 은혜라니요?”

“이 구자산은 부처님의 영험함이 깃든 곳이니 이곳의 바위로 석불을 조성해 백제로 돌아가 모시도록 하게. 부처님의 힘으로 백제를 구원받도록 하자는 것이지.”
가해대사의 말에 의각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해야겠습니다. 임제 의현대사께서도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임제 의현대사라는 말에 가해대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무런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문수동에 가면 문수암이라는 영험한 바위가 있네. 그 바위를 잘라 석불 만불(萬佛)을 조성하게. 그리고 배에 싣고 돌아가 모시면 부처님의 가호가 있을 것이야.”

“백제의 위기가 바람 앞에 등불과도 같으니 당장 시작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하게. 내 돌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을 보내 줄 테니 그 사람 도움을 받도록 하게. 도움이 될 게야.”

“고맙습니다. 대사님.”
“고맙긴, 다 백제를 위한 일인데. 나도 내일부터 자네를 도와 문수동으로 가겠네.”
두 대사의 입에서는 연신 불호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단의 입에서는 한 숨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화성사 앞뜰의 푸른 대나무가 우수수 흔들려댔다. 바람이 한차례 훑고 지나간 것이다.

의각대사는 이튿날부터 문수동에서 석불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단도 거들었다. 바위를 자르고 석불을 조각했다. 다행히 돌을 잘 다루는 장인으로부터 석불 조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작은 석불은 어른의 손바닥보다 약간 큰 정도였다. 만불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 크기가 적당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촉박했다.

문수동은 돌 쪼는 소리로 연일 정신이 없었다. 정과 망치가 부딪고 돌이 쪼개졌다. 쪼개진 돌은 다시 다듬어지며 부처의 형상으로 또 다시 태어났다.

“만 불은 똑 같은 형상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
의각대사는 진지한 얼굴로 단에게 일렀다. 그러자 부지런히 손을 놀려대고 있던 단이 뜨악한 얼굴로 의각대사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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