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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15) 월주거리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06.11(수) 15:59:0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15) 월주거리 1

미소 (15) 월주거리 2“너와 같은 젊은이들이 있는 한 백제의 앞날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이제 너희들 같은 희망을 지팡이삼아 살아 갈 뿐이다. 부디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백제를 우뚝 세우도록 하여라.”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이런 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세 사람은 포구로 향했다. 포구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화문은 뱃사람들과 무어라 주고받았다. 장안으로 향하는 길을 묻는 모양이었다. 이어 밝은 얼굴로 단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양주로 가는 배가 곧 떠난다고 합니다. 저는 그 배를 타고 가야겠습니다.”
단도 기쁜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되었군요.”
세 사람은 뱃사람을 따라 포구의 끝자락으로 갔다. 큰 상선이 막 돛을 올리고 있었다. 뱃사람은 화문을 재촉해 배에 올랐다. 바람이 화문의 옷자락을 잡아챘다. 갑자기 돌풍이 일었던 것이다.

떠나는 화문의 발길을 막는 것만 같았다. 

배는 곧 거친 바람을 받아 포구를 떠났다. 화문은 한참이나 손을 흔들어댔다. 단도 마주 흔들었다. 배는 점점 화문의 그림자를 안은 채 멀어져갔다. 의각대사는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배가 떠나고 나자 단과 의각대사는 발길을 돌렸다.

“무사히 돌아가야 할 텐데.”
의각대사의 한 숨이 깊었다. 어쩌면 불길한 예감이 먼저 엄습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단도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부처님의 도움이 계실 것입니다. 너무 심려 마십시오.”
단의 말에 의각대사는 낮게 불호를 외우고는 대답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다. 그리고 그 사이, 단은 화려한 월주의 거리로 눈길을 돌렸다. 값비싼 비단과 명주 그리고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화색이 만면했다. 월주는 과연 무역의 중심지다웠다.

단이 월주 거리의 화려함에 빠져있을 때 의각대사의 한 숨은 더욱 깊어만 갔다.
“먼저 여관으로 들어가 있을 테니 처사께서는 바람이나 쐬면서 천천히 월주의 거리나 구경하도록 하십시오.”
연신 두리번거려대는 단을 본 의각대사가 꺼낸 말이었다. 단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딱히 들어가야 할 일도 없거니와 젊은 사람이 훤한 대낮부터 어둠침침한 방안에 있기도 뭣 할 테니 말입니다.”
“아닙니다.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씀도 듣고.”
손사래까지 쳐대며 하는 단의 미안해하는 말에 의각대사가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그런 것은 차차 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게 좋겠습니다.”
어쩌면 마음이 착잡해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 단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럼 천천히 둘러보시고 들어오도록 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의각대사는 발길을 돌려 여관으로 향했고 단은 거리를 거닐었다. 그러나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단에게는 그저 모든 것이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눈치나 보고 눈요기나 할 따름이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옷과 화려한 장신구를 볼 때마다 단은 연을 떠올렸다. 어떻게 하면 저런 좋은 옷을 입혀주고 저런 장신구로 치장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럴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에 단은 마음이 착잡하고 자신에 대한 자괴감마저 들었다. 가슴이 저리도록 아리기만 했다.

“백제에서 오신 분인가 보오?”
생각지 못한 소리에 단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귀가 따가 왔는데 백제 말을 듣자 반갑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백제 분이신가 보군요?”
단의 되물음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향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오시게 되었소?”
묻는 말에 단은 멈칫했다. 대뜸 긴장도 되었다. 사내가 백제 사람이라고는 하나 화려한 옷차림이 이미 당나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예, 가까운 친척이 장안에 있는데 뵈러 가는 중입니다만.”
“아, 그러시군요. 이곳에서 장안까지는 한 참을 가야 하는데.”
“대사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대사님이라는 말에 사내는 반갑게 알은 체를 했다.

“의각대사님을 말씀하시는군요?”
사내가 의각대사를 잘 알고 있음에 단은 또 다시 후회가 되었다. 거짓말이 곧 들통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 오늘 다시 뵈었습니다. 함께 출발했으나 그만 떨어졌다가.”
단의 우려와는 달리 사내의 관심은 다른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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