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14) 무술경연대회

청효 표윤명 소설

2014.05.27(화) 12:26:0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14) 무술경연대회 1
 

미소 (14) 무술경연대회 2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아무리 호위가 삼엄하다 한들 어찌 기회가 없겠습니까? 형가의 실수는 결코 범치 않을 것입니다.”
형가의 실수라는 말에 의각대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형가가 어찌 실수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겠느냐. 세상일이라는 것이 모두 다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만에 하나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네 목숨은 물론 백제로서도 더 더욱 곤란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니 좀 더 기다렸다가 다른 기회를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의각대사의 회유에도 화문의 결심은 돌이켜지질 않았다. 굳은 결심에 변함이 없던 것이다. 단은 그제야 화문이 어떤 큰일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일은 곧 밝혀졌다. 화문의 분노가 스스럼없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치, 이 놈! 감히 백제를 넘보다니.”
의각대사는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

“듣는 귀가 많다. 입을 조심해라.”
의각대사의 충고에 화문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 단은 가슴이 뛰었다. 화문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큰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리 가벼워서야 되겠느냐? 잘못하다가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일을 망치고 말리라.”
의각대사의 말에는 꾸지람이 섞여 있었다. 화문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제자가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정녕 일을 도모할 생각이냐?”
의각대사는 한 번 더 물었다. 그러나 화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예, 스승님. 성공하기 전에는 결코 저 바다를 건너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길로 곧장 떠나거라. 이달 보름에 장안에서 이치의 외척인 노신 장손무기가 사람을 구한다고 한다. 무술경연대회가 열린다고 하더구나. 어쩌면 그 길이 네가 황제 이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각대사의 말에 화문은 반가운 기색으로 물었다.

“무술경연대회라고요?”

“그렇다. 천하의 인재를 모은다고 하더구나. 명색이야 그렇지만 불안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을 구하고자 함이겠지.”

“형제들까지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어련하겠습니까?”
화문의 안색이 변했다. 뭔가 기회를 잡은 듯한 표정이었다.

“보름이라면 이제 며칠 남지 않았군요.”
“빨리 떠나야 할 것이다. 다행히 예서 장안으로 향하는 길은 많으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의각대사의 염려에 화문은 단을 바라보았다.

“스승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다시 뵐 날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때 뵈면 크게 한 번 회포를 풀어봅시다.”
비장한 화문의 작별인사에 단은 당황했다.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언뜻 떠오르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뵐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일을 성공하시고 백제 땅으로 꼭 돌아오도록 하십시오.”
단의 말에 화문은 단의 손을 꼭 잡았다. 따스했다. 백제인의 피가 진하게 느껴졌다. 화문은 잠시 멈칫했다가는 의각대사에게로 몸을 돌려 큰절을 올렸다.

“부디 건강하시고 불상을 조성해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가십시오. 제자는 일을 마친 후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의각대사의 눈빛이 가늘게 흔들렸다.

“그래, 네가 결정한 일이고 그 일이 장한 길을 가는 것이니 나는 너를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꼭 다시 보도록 하자.”
세 사람은 작별인사를 마치고는 서둘러 여관을 빠져나갔다. 거리는 화려하고 활달했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이나 모두 활기에 넘쳤다. 백제의 거리와는 사뭇 달랐다. 멀리 왜와 유구국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섬라국을 비롯해 부남국과 남만, 그리고 서역의 사람들까지도 눈에 띄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우리 백제 사람들이 절반은 차지했었다.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말이다.”
의각대사의 탄식에 단도 화문도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말이다. 저 거친 바다를 주름잡으며 천하를 호령했던 백제가 이제는 살아남을 일을 걱정해야 하는 초라한 신세가 되고 말다니.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지.” 

“모두 어리석은 자들이 초래한 불행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몫은 모두 가여운 백성들이 짊어지게 되었고요.”
단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반성을 했다.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두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크게 미안함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의무감을 느끼기도 했다.

 

도정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연재기사]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