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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12) 의각대사

청효 표윤명 소설

2014.05.07(수) 23:58:0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 (12) 의각대사 1
 

미소 (12) 의각대사 2

“당 조정에 들어가셔서 신라를 돕는 군사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려고 오셨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 일겁니다.”
화문의 말에 한 숨이 깊게 배어 있었다. 단도 그쯤은 짐작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안 되는 일이라도 끝까지 시도는 해 보아야지요.”
화문의 말에는 깊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백제가 쓰러지면 우리 백제 인들은 신라 놈들의 노예가 되고 말 텐데.”
“이미 신라 놈들이 사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단의 맞장구에 화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막아야하는데.”
화문은 분한 얼굴에 안타까운 목소리로 연신 뱃전을 두드려댔다. 그런 화문을 바라보는 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때문이다. 단은 고개를 돌린 채 입술을 꼭 깨물고 말았다. 부끄러워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배는 월주로 들어서고 있었다. 포구는 활달했다. 휘날리는 깃발과 사람들의 아우성대는 소리로 정신이 하나 없었다. 넓은 거리에는 짐을 실은 마차와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고 상점마다 물건들로 넘쳐났다. 높이 솟은 누각에는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실로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그런 곳이었다. 단은 난생 처음 보는 화려함과 떠들썩함에 가슴이 다 뛰었다.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보기에 바빴다.

“당나라가 크기는 크군요. 지방의 도시도 이 정도이니.”
단의 말에 화문이 빙그레 웃었다. 단의 둘레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났던 모양이다.

“그렇지요. 월주야 당에서도 그리 큰 도시는 아닌데 이 정도이니.”
말끝에 또 다시 한 숨이 묻어났다. 그리고는 잠시 후 다시 이었다.

“이곳도 예전에는 우리 백제의 영토였습니다. 아시다시피 근초고대제 이후로 대륙의 해안가는 모조리 우리 영토였었는데.”
화문의 말에 단은 그제야 의미를 알았다. 그리고 동조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랬다지요.”
“이제는 그 영광은 그만두고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화문은 누각의 이층으로 걸음을 옮겨놓았다. 단은 묵묵히 뒤를 따랐다.

이층에 오르자 포구와 가물거리는 강변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차를 시켜 마시며 화문은 여러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어댔다. 의각대사의 행적을 묻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대답을 하는 동시, 화문의 눈이 커졌다. 이어 다급한 목소리로 뭐라고 연신 물어댔다. 흥분된 목소리가 기쁜 소식인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화문은 단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기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갑시다! 의각대사께서 이곳에 머무시는 모양입니다.”
이층 누각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화문과 단에게로 향했다. 단은 그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말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화문과 단은 사내를 따라 누각을 내려갔다. 그리고는 큰 거리를 가로질러 골목으로 들어섰다. 얼기설기 얽힌 골목을 누비고 얼마쯤 가자 작은 여관이 나타났다. 사내는 그곳에서 화문에게 뭐라고 말하고는 왔던 길을 돌아갔다.
화문은 고맙다는 말도 잊은 채 여관으로 달려 들어갔다.

“백제에서 오신 의각대사님 계신지요?”
화문이 몇 차례 소리를 지르자 안으로부터 스님이 나왔다. 의각대사였다.

“스승님.”
화문은 반가움에 목소리까지 떨렸다. “네가 여긴 어떻게 알고 왔느냐?”
의각대사의 목소리에도 반가움 반, 놀라움 반이 섞여 있었다.

“천우신조입니다. 아마도 부처님께서 도우심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화문의 호들갑에 의각대사는 안으로 들자며 손짓을 했다. 화문과 단은 의각대사를 따라 안으로 들었다. 좁고 침침한 방은 한 사람이 겨우 기거할 만한 공간이었다. 방의 쪽문으로 나서자 탁 트인 정원과 함께 멀리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방보다는 예가 더 낫겠구나.”
뒤뜰에 자리를 잡고 앉은 세 사람은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분은 누구시냐?”
의각대사가 묻자 그제야 화문은 단을 만나게 된 동기를 낱낱이 설명했다. 의각대사는 낮은 불호와 함께 탄식했다.

“이 모두가 백제가 힘을 잃은 까닭이다. 옛적의 백제라면 어디 감히 바다에서 그런 짓을 할 수가 있겠느냐.”
의각대사의 탄식에 화문도 단도 한 숨을 몰아쉬었다.

“스승님께서는 어찌 여기에 머물고 계신지요?”
화문의 물음에 의각대사는 그동안의 경과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얼굴에 그늘이 한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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