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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11) 화문의 정체

2014.04.28(월) 22:09:3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미소(11) 화문의 정체 1

“월주로 가는 배가 좀 있다 떠난답니다. 일단 그곳으로 가십시다. 그곳에 가면 배가 많으니 어디로든지 갈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곳에서 사람을 좀 찾아보고 행선지를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을 찾다니요?”
단의 물음에 화문이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의각대사를 찾습니다.”
의각대사라는 말에 단은 눈을 크게 떴다. 보원사 의현대사의 사형이었기 때문이다.

“의각대사와는 어떤 관계이신지.”
단이 묻기도 전에 화문이 먼저 대답했다.

“스승님이십니다.”
스승이라는 말에 단은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리고 그제야 그가 도적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도 알았다.

“그러셨군요.”
화문의 정체를 알게 된 단은 더 더욱 화문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이제 혈혈단신 이국땅에서 믿을 것이라곤 화문뿐이었다.

“스승님께서 왜국으로 지원병을 청하러 가셨다가 장안으로 향하셨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따라나섰다가 그만 난데없는 폭풍우를 만나 도적들에 붙잡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화문의 말에 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큰일입니다. 신라 놈들이 당을 끌어들여 백제의 위기가 백척간두에 서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당의 간섭을 막아야하는데.”
이를 악문 화문의 얼굴에서 단은 비장함을 읽을 수 있었다. 단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 사이 사내가 음식을 내왔다. 채소와 약간의 해물을 곁들인 음식은 단과 화문에게 있어 그리도 달콤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허겁지겁 먹는데 바빠 두 사람은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내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사내는 빙그레 웃으며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배를 채운 화문이 그제야 고개를 들고는 사내를 겸연쩍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허리춤에서 은자를 꺼내 건넸다. 사내는 입가에 함박웃음을 머금고는 허리를 연신 굽혀댔다.

“갑시다!”
화문은 단을 재촉해 거리로 나섰다. 사내는 거리에까지 따라 나와서는 연신 허리를 굽혀댔다. 화문은 곧장 포구로 달려갔다. 포구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비릿한 생선냄새가 코를 확 찔러댔다. 생선비늘과 갯물로 범벅이 된 어부들과 장사치 그리고 생선을 사거나 구경나온 사람들로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풍겨났다.

단은 어린아이처럼 화문의 뒤를 쭐레쭐레 따랐다.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저 눈치껏 눈여겨봐야하는 것이 전부였다.

화문은 연신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묻고 또 물어댔다. 그때마다 단은 두 사람의 얼굴표정을 번갈아 살펴야했다. 그들의 표정에서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곧 월주로 가는 배가 뜬답니다. 저리로 갑시다.”
단은 화문을 따라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서 화문은 또 다시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와 말을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허리춤에서 은자를 꺼내 건넸다. 사내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했다.

단과 화문은 배에 올랐다. 선미에 앉아 건너편 갈대숲을 바라보았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에 마른 갈대가 우수수 흔들렸다. 단은 불안하기만 했다. 월주로 간 후에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의각대사를 만나신 후에는 어떻게 할 요량이신지요?”
단의 물음에 화문이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그도 심경이 복잡한 모양이었다. 그다지 말이 없었다. 

“일단 스승님의 안부를 확인하고 나서 제가 해야 할 일을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확정적이지 않습니다.”
화문의 알 수 없는 대답에 단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누런 강물과 푸른 바닷물의 선명한 경계를 바라보며 단은 답답한 심경을 달랬다.

“운이 좋으면 월주에서 백제로 가는 배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시절이 시절이니 만큼 돌아가는 무역선이 있을 수도 있지요.”
단의 답답함을 눈치 챈 화문이 먼저 위로의 말을 던진 것이다.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잔잔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이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분주히 잔 정리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갈대숲을 지날 때는 그 지긋지긋했던 탈주가 생각났다. 요란한 날갯짓으로 여기저기에서 새들이 날아오르자 단의 불안함은 더욱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곧 넓은 강 한복판으로 배가 들어서자 확 트인 정경이 답답한 마음을 후련하게 해 주었다. 아득히 먼 수평선으로 가물거리는 땅이 손톱만큼 솟아올라 있었다.

“의각대사께서는 어쩐 일로 이곳에 오시게 되었는지요?”
어색한 침묵에 단이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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